아란야 길섶 / 신송 이옥천 시집 (전자책)
아란야 길섶 신송 이옥천 시집 (전자책) / 한국문학방송 刊 걷던 둘레길 개운산을 터벅터벅 오른다. 안개 자욱해도 백 여보 전방은 시안에 들어온다. 문턱만 나서면 짖어대는 소리에 귀가 딱지가 앉을 정도다. 인면수심(人面獸心) 뒤집어쓰고 지리멸렬(支離滅烈)한 괴변들 몸서리친다. 짖는 소리에 장단 맞추어 춤을 추는 망동의 추태는 눈을 뜨고 볼 수 없고 귀를 열고 들을 수가 없어 눈을 감을 수밖에 없다. 귀속에 젖은 냄새, 눈에 박힌 추태, 털고 씻고 잊기 위해 개운산 둘레길 임과 걷던 길가 돌 의자에 앉아 만은 생명을 눈여겨본다. 불룩불룩 솟아오르는 솔 순, 검푸른 잣나무 목련도 산수유도 맹감나무도 오리나무도 상수리나무도 느티나무도 질레순도 수 없는 이름 모를 초목도, 누구의 제지도 없고 누굴 뜯고 할퀴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