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방송 2011 신춘문예 당선자 발표
한국문학방송에서 시행한 2011 신춘문예 현상공모에 천향미(45) 씨가 당선됐다.
천 씨는 <계단을 오르며>, <모노레일>, <반시>, <허수아비와 자전거>, <그림자를 캡처하다> 등 응모작 5편 모두 심사에서 고른 점수를 획득함으로써 당선의 영광을 차지했다.
그는 계간《서시》신인상을 수상한 바가 있다.
■ 당선작(5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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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사경위
한국문학방송 신춘문예는 당선자의 응모작품 모두를 당선작으로 삼고 있다. 그것은 심사과정에서부터 작가의 역량을 보다 광범위하게 체크하여, 당선자를 보다 자신감 있게 세상에 선보이면서, 정말 한국문학방송 신춘문예 공모에 당당하게 당선될 만한 수준인지 불특정 다수의 독자들로부터 평가받을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이번 신춘문예도 예년과 마찬가지로, 공지시 응모작품수를 5편으로 안내했으며, 접수과정에서 5편을 초과하거나 미달한 응모자에게는 보완토록 주문하는 등 응모자 1인당 정확히 5편씩을 접수받았다. 심사의 형평성 때문이다.
한국문학방송 신춘문예는 응모자수가 많건 적건 그 수를 일체 밝히지 않는 것을 전통으로 하고 있다. 그것은 양적(量的) 우월감 과시 또는 단순한 숫자놀음에 불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심에서 거르고 또 걸러진 5명의 작품 25편이 본심으로 넘겨졌다. 본심으로 넘어가는 작품들은 응모자 성명 등 인적사항이 완전히 삭제됐다. 올해 심사위원은 세 분이었는데, 채점(한국문학방송 신춘문예 심사는 심사위원간의 작품추천 및 토론방식이 아닌, 심사위원 개별적으로 매 작품마다 100점 만점을 기준으로 각각 점수를 매겨나가는 채점방식이다)이 완전히 끝나기 전까의 심사진행 중에는 심사위원끼리도 심사위원이 누구인지 모르게 진행됐다.
예심은 안재동 시인(한국문학방송 주간)이 담당했으며, 본심은 신지혜 시인(《현대시학》등단, 뉴욕예술인협회장), 권순자 시인(《심상》등단, 서울 목동중 영어교사), 하상만 시인(《문학사상》등단, 제1회 한국문학방송 신춘문예 당선) 등 초·중진을 가리지 않고 선발·위촉된 분들이 맡았는데, 주어진 시간을 초과하면서까지 참으로 신중하고 꼼꼼한 평가 자세를 보여주었다. 이들 심사위원은 모두 시단에서 촉망받는 비교적 젊은 문재로써 응모작품에 대한 보다 신선한 시선, 예리한 관조, '안광(眼光)이 지배(紙背)를 철(撤)'할 정도의 집중력 등으로 심사에 임해 '원 오브 뎀(One of Them)'을 선택하는 데 조금도 모자람이 없었다고 평가된다.
당선작에 대한 작품평이나 낙선작에 의견 등은 별도로 내지 않기로 한다. 한국문학방송의 신춘문예는 타 신춘문예나 문예지 등과 '차별성(개성)'을 어떻게 둘 것인가를 놓고 매번 크게 고민한다. 심사방식도 타 매체들과는 달리, 매 작품마다 '문법·어법·표현의 적절성', '주제와 내용의 일관성', '감동·느낌', '시적구조와 메타포의 깊이', '작품의 신선감·독창성', '작가적 역량·성장가능성' 등을 구체적 평가항목으로 설정하고, 그 항목들에 미리 배점을 하여 매 작품마다 똑같은 방식으로 채점 테이블을 삽입한 가운데 채점해나가는 방식으로 심사를 진행한다. 이러한 방식은 초회부터 해마다 동일했다. 이번 당선작도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각 항목들에서 타 응모자들의 작품보다는 상대적으로 골고루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이해하면 좋을 것이다.
최종심에 오른 응모자가 누구인지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인비(人秘)키로 한다. 문단에 적지 않게 이름이 알려진 문인들을 포함하여 기성작가들이 상당수 있기 때문에 그분들의 프라이버시 고려가 주된 이유이다.
이번 신춘공모에 참여해 주신 모든 응모자 제위께 진심어린 큰 감사와 아울러 아쉽게도 낙선된 분들께는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
―정리: 안재동 시인(한국문학방송 주간)
■ 당선자 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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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향미 |
시란 어쩌면 미지의 안개 속을 더듬어 내가 또 다른 나에게 도달하는 길, 희붐하던 길이 세밀화 그림처럼 가깝게 다가온다 여리디 여린 실핏줄인 길들과 만나야겠다.
멀게만 느껴지던 죽음이 내 가까이서 혀를 날름거리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는 요즘이다. 잦은 부고와 병문안, 예기치 않게 수술방에 들어가 죽음과 사투를 벌이고 있는 시어머니를 바라보던 일, 췌장암 말기 판정을 받고 3개월 째 투병중인 시숙님···.
절박함을 눈앞에 두고 시에 매달렸던 일이 당선의 영광으로 돌아오자 나는 잠시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불온한 영혼이 지구를 베고 누워 비로소 겸허해지는 순간이다.
TV 뉴스에서 대설(大雪) 소식을 알리고 있다. 세상의 모난 것들 둥그렇게 순해져 길을 잃겠다. 두렵지 않다. 막다른 골목이 허공을 지우고 계단을 만든다.
■ 당선자 프로필
△경북 의성 출생(1965)
△계간《서시》신인상(2007)
△(사)윤동주선양회 사무국장